⑦ 아낙시메네스, 공기의 철학

서양철학사 읽기 ⑦ 아낙시메네스, 공기의 철학 표지

서양철학사 읽기 ⑦ 짙어지고 옅어지는 세계

밀레토스의 세 번째 철학자 아낙시메네스는 만물의 근원을 공기라고 했다. 공기가 옅어지면 불이 되고, 짙어지면 바람과 구름과 물과 흙과 돌이 된다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세계는 공기 하나로 되어 있고, 모든 차이는 공기가 얼마나 빽빽한가의 차이다.

처음 들으면 한 걸음 물러선 주장처럼 보인다. 스승뻘인 아낙시만드로스는 근원을 어떤 특정한 물질로도 정할 수 없는 무한정한 것이라고 했는데, 제자는 다시 눈앞의 물질 하나를 골랐으니 말이다. 철학사가 늘 앞으로만 나아간다고 믿는 사람에게 아낙시메네스는 곤란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 후퇴가 실은 전진이었다고 말하려 한다. 그는 무엇이 근원이냐는 물음에 더해, 그것이 어떻게 다른 것이 되느냐는 물음에 처음으로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세 줄 요약

  • 아낙시메네스는 만물의 근원을 공기라고 했다.
  • 공기가 짙어지고 옅어지며 모든 것이 된다.
  • 양의 차이로 질의 차이를 설명한 첫 시도다.

밀레토스의 세 번째 철학자

『뉘른베르크 연대기』에 실린 아낙시메네스 목판화, 모자를 쓰고 소매에 손을 넣은 노인
『뉘른베르크 연대기』(1493)에 실린 아낙시메네스 목판화. 실제 얼굴이 아니라 15세기 독일 공방이 상상한 모습이다. 미하엘 볼게무트·빌헬름 플라이덴부르프 공방,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CC0, 위키미디어 공용

아낙시메네스는 기원전 6세기 중엽 밀레토스에서 활동했고, 528년 무렵 죽은 것으로 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테오프라스토스에 따르면 그는 아낙시만드로스의 동료였고 어쩌면 제자였다.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와 그를 묶어 밀레토스학파라 부르는 것도 이 스승과 제자의 사슬 때문이다. 학파라고는 하지만 교실이나 규칙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는 책을 한 권 썼던 것으로 보인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그 문체가 꾸밈없고 소박한 이오니아 방언이었다고 전한다. 철학이 시에서 산문으로 옮겨 가는 길목에 그가 서 있다. 불행히도 그 산문은 거의 남지 않았고, 우리는 그의 생각을 대부분 후대 편찬자들의 요약으로 읽는다.

왜 하필 공기인가

테오프라스토스의 요약에 따르면 아낙시메네스는 한 가지 점에서 아낙시만드로스에게 동의했다. 근원이 되는 것은 하나이고 끝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점에서는 갈라섰다. 그 근원은 규정되지 않은 무엇이 아니라 규정된 무엇, 곧 공기라고 했다.

이 선택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근원은 특정한 성질에 치우치면 곤란하다. 물이 근원이라면 물과 반대되는 불은 어떻게 나오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아낙시만드로스가 무한정한 것을 내세운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러나 아무 성질도 없는 것은 너무 비어 있어서,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기조차 어렵다. 공기는 그 중간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고르고 치우침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공기를 숨 쉬고, 바람으로 느끼고, 입김으로 본다.

후대의 요약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 공기가 가장 고를 때에는 보이지 않다가, 차가움과 뜨거움, 축축함과 움직임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는 늘 움직인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것으로 바뀔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밀레토스 사람들에게 물질은 누군가 밀어 주기를 기다리는 죽은 덩어리가 아니었다.

짙어짐과 옅어짐: 하나의 과정으로 모든 것을

아낙시메네스의 진짜 발명은 공기라는 답보다 변화의 방식에 있다. 공기가 옅어지면(희박화) 불이 된다. 짙어지면(응축) 먼저 바람이 되고, 더 짙어지면 구름이, 더욱 짙어지면 물이, 그다음에는 흙이, 마지막에는 돌이 된다. 세계의 온갖 물질이 한 줄의 사다리 위에 놓인 셈이다.

모습 공기의 상태 예
불 가장 옅어짐 해와 별의 불
공기 고르게 퍼짐 보이지 않는 대기
바람 조금 짙어짐 부는 바람
구름 더 짙어짐 하늘의 구름
물 더욱 짙어짐 비와 바다
흙·돌 가장 짙어짐 땅과 바위

이 사다리가 중요한 까닭은 하나의 과정만으로 모든 차이를 설명한다는 데 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세계에서는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같은 대립물이 무한정한 것에서 갈라져 나왔는데, 어떻게 갈라지는지는 흐릿했다. 아낙시메네스는 흐릿한 대목에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을 넣었다. 촘촘하게 모이느냐 느슨하게 흩어지느냐. 불과 돌은 서로 다른 물질이 아니라 같은 공기가 다르게 모인 것이다.

이것은 양의 차이로 질의 차이를 설명한다는 발상의 첫 모습이다. 얼마나 빽빽한가라는 양의 문제가 불이냐 돌이냐라는 질의 문제를 결정한다. 아낙시메네스가 원자를 알았을 리는 없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질의 차이 밑에 셀 수 있는 차이가 있다는 방향 감각은 그에게서 시작된다. 방향을 맞힌 것이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 이론에 손쉬운 실험 하나를 붙였다.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아낙시메네스는 입술을 오므려 세게 불면 입김이 차갑고, 입을 벌려 느슨하게 내쉬면 따뜻하다는 점을 들었다. 짙어진 공기는 차갑고 옅어진 공기는 뜨겁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뜨거운 국은 입술을 모아 후후 불고, 언 손은 입을 벌려 호호 분다. 현대 물리학은 이 현상을 밀도보다 입김이 주변 공기와 섞이는 방식으로 설명하니, 결론은 틀렸다. 그래도 우주에 관한 주장을 자기 입김으로 시험해 보려 한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틀린 실험이라도 실험을 하는 사람은 신탁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한 걸음 앞에 있다.

영혼은 공기다: 숨과 세계

아낙시메네스 자신의 말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문장은 단 하나다. 후대 편찬자 아에티오스가 전하는 이 단편에 따르면, 공기인 우리의 영혼이 우리를 붙들어 하나로 묶고 다스리듯, 숨과 공기가 온 세계를 감싸고 있다. 사람의 몸과 세계 전체를 나란히 놓은 비유다.

그리스어에서 영혼을 뜻하는 프시케는 본래 숨과 가까운 말이었다. 숨이 멎으면 무언가가 몸을 떠난다고 여겼으니, 영혼이 공기라는 말은 당시 사람들에게 그리 기이하지 않았다. 아낙시메네스는 이 오래된 직관을 한 걸음 더 밀었다. 숨이 몸을 살아 있게 하듯, 공기가 세계를 살아 있게 한다. 세계는 커다란 생물이고, 공기는 그 생물의 숨이다.

일반적 해석은 이 단편을 작은 세계(인간)와 큰 세계(우주)를 같은 원리로 보는 발상의 이른 예로 읽는다. 공기는 재료일 뿐 아니라 생명과 질서의 원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신에 관한 전승도 이와 맞물린다. 히폴뤼토스에 따르면 그는 신들과 신적인 것들도 공기에서 생겨났다고 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낙시메네스가 신들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신들이 공기를 만든 것이 아니라 공기에서 신들이 생겨났다고 믿었다고 전한다. 창조의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다른 해석은 조심스럽다. 이 문장은 수백 년 뒤의 편찬물을 거쳐 전해졌고, 숨(프네우마)이나 세계(코스모스) 같은 낱말에는 후대 철학의 색이 묻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영혼과 세계를 나란히 놓는 비유 자체가 전달자의 손을 탔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생각의 뼈대는 그의 것이라도, 살갗은 남의 것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공기 위에 뜬 땅, 모자처럼 도는 하늘

공기의 철학은 곧바로 우주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히폴뤼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아낙시메네스의 땅은 넓적하고 평평하며, 그 넓적함 덕분에 공기 위에 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뚜껑이 아래의 공기를 덮어 누르는 모습에 견주었다. 탈레스의 땅이 물 위에 떴다면 아낙시메네스의 땅은 공기 위에 떴다. 받침이 바뀌었을 뿐, 그 받침은 무엇이 받치느냐는 물음은 그대로 남았다.

해와 달과 별도 공기가 옅어져 생긴 불덩이이며, 역시 넓적해서 공기를 타고 떠다닌다. 아에티오스는 그가 해를 나뭇잎처럼 넓적하다고 보았다고 전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하늘이 도는 방식이다. 히폴뤼토스에 따르면 천체는 땅 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펠트 모자가 머리 둘레를 돌듯 땅 둘레를 옆으로 돈다. 밤에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땅 아래로 내려가서가 아니라 땅의 높은 곳에 가려지고 멀어지기 때문이다. 틀린 그림이지만, 신화보다는 따져 볼 거리가 많은 그림이다.

그는 날씨와 땅의 일도 같은 방식으로 풀었다. 번개는 바람이 구름을 찢을 때 생기고, 무지개는 햇빛이 짙어진 공기에 떨어질 때 생긴다. 지진은 땅이 비에 젖었다가 가뭄에 마르면서 갈라지고 무너져 일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지진론을 꼼꼼히 반박했다. 그 설명대로라면 땅은 곳곳에서 계속 가라앉아야 하고, 무너질 것이 다 무너지면 지진은 점점 줄다가 끝내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박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밀레토스 사람들이 남긴 가장 좋은 유산이다.

밀레토스학파가 남긴 것

밀레토스학파는 아낙시메네스에서 끝난다. 사상이 바닥나서가 아니라 도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오니아 도시들이 페르시아에 맞서 일으킨 반란은 실패했고,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밀레토스는 기원전 494년 함락되었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멀리 페르시아 땅으로 끌려갔다. 철학의 첫 요람은 전쟁으로 닫혔다. 사상은 도시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한 세기 뒤 아폴로니아의 디오게네스는 공기 하나로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을 되살렸다.

철학자 근원 변화의 방식 땅의 자리
탈레스 물 전하지 않음 물 위에 뜸
아낙시만드로스 무한정한 것 대립물이 갈라져 나옴 한가운데 머묾
아낙시메네스 공기 짙어짐과 옅어짐 공기 위에 뜸

세 사람이 함께 남긴 것은 셋이다. 첫째, 세계는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다는 생각. 둘째, 그 근원과 변화를 신의 뜻 없이 자연 안에서 설명하려는 태도. 셋째, 앞사람의 답을 고쳐 쓰는 습관. 물에서 무한정한 것으로, 다시 공기로 이어진 세 걸음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였다. 그래도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기에 길이 생겼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아낙시메네스가 피타고라스에게 보냈다는 편지 두 통을 전한다. 후대의 위작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내용은 시대의 공기를 잘 담고 있다. 편지 속의 아낙시메네스는 페르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이오니아에서, 남부 이탈리아의 크로톤으로 떠난 피타고라스를 부러워한다. 철학의 무게중심은 실제로 그 방향으로 옮겨 갔다. 밀레토스 사람들이 세계가 무엇으로 되어 있느냐고 물었다면, 크로톤의 피타고라스학파는 세계가 어떤 비례와 질서로 짜여 있느냐고 묻는다. 재료의 물음에서 형태의 물음으로, 질료에서 형상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다음 편 피타고라스와 피타고라스학파에서 이어진다.

서양철학사 읽기 · ① 신화란 무엇인가 · ②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신화 · ③ 오르페우스교의 가르침 · ④ 미토스와 로고스 · ⑤ 탈레스 · ⑥ 아낙시만드로스 · ⑦ 아낙시메네스 · 다음 편: ⑧ 피타고라스와 피타고라스학파

자주 묻는 질문

아낙시메네스는 왜 만물의 근원을 공기라고 했나요?

근원은 특정한 성질에 치우치지 않아야 하지만, 아무 성질도 없으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기는 보이지 않을 만큼 고르면서도 숨과 바람으로 느낄 수 있고, 짙어지고 옅어지며 다른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아낙시메네스의 응축과 희박화란 무엇인가요?

공기가 옅어지면 불이 되고, 짙어지면 차례로 바람, 구름, 물, 흙, 돌이 된다는 이론이다. 하나의 물질이 얼마나 빽빽하게 모이느냐는 양의 차이로 물질의 질적 차이를 설명하려 한 첫 시도로 평가된다.

아낙시메네스가 말한 공기는 오늘날의 공기와 같은가요?

꼭 같지는 않다. 옛 그리스어의 아에르는 안개나 김처럼 뿌옇게 보이는 공기를 가리키기도 했다. 아낙시메네스의 공기는 보이지 않는 대기이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영혼과 신적인 것의 원리이기도 한 살아 있는 근원에 가깝다.

함께 읽을 책

  • 『서양철학사』 상권, 요한네스 힐쉬베르거(강성위 옮김, 이문출판사): 이 연재가 따라가는 목차의 원본. 밀레토스학파에서 피타고라스학파로 넘어가는 흐름을 촘촘하게 정리했다.
  •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김인곤 외 옮김(아카넷): 아낙시메네스에 관한 고대의 증언과 유일한 단편을 원문과 함께 읽을 수 있다.
  •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밀레토스학파 세 사람을 짧고 명료하게 비교하는 고전적 입문서.

참고문헌

  •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 상권(개정판), 강성위 옮김, 이문출판사.
  • Theophrastus, Physical Opinions, fr. 2 (Simplicius, In Physica 24.26 인용).
  • Hippolytus, Refutation of All Heresies I.7.
  • Aëtius, Placita I.3.4 (단편 B2); II.22.1.
  • Plutarch, On the Principle of Cold (De primo frigido) 7, 947F.
  • Aristotle, On the Heavens II.13, 294b13–21; Meteorology II.7, 365b6–20.
  • Diogenes Laertius, Lives of Eminent Philosophers II.3–5.
  • Herodotus, Histories 6.18–21.
  • Augustine, The City of God VIII.2.
  • G. S. Kirk, J. E. Raven, M. Schofield,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2nd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3.
  •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Anaximenes”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Presocratic Philosophy”

필로렌즈 편집자
일상에 깃든 존재를, 조금 더 존재답게. 철학의 렌즈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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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ximenes of Miletus

Air, condensation, and a world made of one thing

Anaximenes, the third and last of the Milesian philosophers, flourished in the mid-sixth century BCE and probably died around 528. An associate, perhaps a pupil, of Anaximander, he wrote in plain Ionic prose rather than poetic imagery. He held that the origin of all things is air. At first sight this looks like a retreat: Anaximander had argued that the source could be no particular stuff at all, and Anaximenes chose one. But air was a shrewd compromise, neutral enough to become anything, yet definite enough to be something we breathe and feel.

His real innovation was a mechanism. Rarefied, air becomes fire; condensed, it becomes wind, then cloud, water, earth and finally stone. A single process, more or less packing, explains every difference in kind. This is the first recorded attempt to account for qualitative differences by quantitative ones. He even offered a homely test: breath blown through pursed lips feels cold, breath released from an open mouth feels warm. The physics was wrong, but the habit of checking a cosmic theory against one’s own breath was worth having.

His one surviving fragment compares the soul, which is air and holds us together, with the breath and air that surround the whole world, though its wording may have been touched by later hands. His cosmos was a flat earth riding on air, with heavenly bodies circling it like a felt cap turned around the head. The Milesian school ended when Persia sacked Miletus in 494 BCE; the next chapter of Greek thought belongs to Pythagoras and his followers in southern Italy.

FAQ

What did Anaximenes believe?
That everything is air in different degrees of density: thinned it becomes fire, thickened it becomes wind, cloud, water, earth and stone.

Why is Anaximenes important?
He gave the first clear mechanism of change, explaining differences in quality by differences in quantity, an idea that runs through the later history of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