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서양 고대미학의 흐름

고대 미학 정리: 칼론과 칼로카가티아, 비례, 미메시스, 테크네

미학사 읽기 ① 칼론, 비례, 미메시스

고대 그리스에는 미학이라는 낱말이 없었다. 이 말은 18세기 독일의 바움가르텐이 감성의 학문이라는 뜻으로 처음 학문의 이름에 붙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대 미학을 말한다. 한 문장으로 답하면, 고대 미학은 아름다움을 부분들의 비례와 질서로, 예술을 모방(미메시스)과 기술(테크네)로 이해한 사유의 흐름이다. 이름은 나중에 붙었지만 물음은 먼저 있었다.

이 연재는 『미학대계 제1권: 미학의 역사』(서울대학교출판부, 2007)의 목차를 따라간다. 900쪽 가까운 이 책은 고대와 중세에서 출발해 프랑스·영국·독일의 근대 미학, 마르크스주의, 20세기 대륙과 영미의 미학을 지나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미의식까지 마흔두 편의 글로 훑는다. 첫 묶음인 고대는 네 편이다. 고대 미학의 주요 흐름, 플라톤의 예술 이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플로티노스의 미 개념. 이 글은 첫째 장의 주제를 따라 고대 전체를 한 장의 지도로 그려 본다. 서양철학사 읽기에서 만난 사람들이 여기서 다른 옷을 입고 다시 나온다.

세 줄 요약

  • 칼론은 아름다움과 좋음을 함께 뜻했다.
  • 고전적 아름다움은 부분들의 비례였다.
  • 고대에는 순수예술이라는 묶음이 없었다.

칼론: 아름다움과 좋음이 한 낱말이던 때

그리스어로 아름답다는 말은 칼론(kalon)이다. 이 낱말은 우리의 아름다움보다 넓었다. 잘생긴 얼굴도 칼론이고 훌륭한 행동도 칼론이며 전장에서의 용감한 죽음도 칼론이었다. 반대말 아이스크론은 추하다는 뜻이자 부끄럽다는 뜻이었다. 아름다움과 좋음은 한 낱말 안에 같이 살았다.

그래서 그리스인은 이상적인 사람을 칼로스 카가토스, 곧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라 불렀고 그 이상을 칼로카가티아라 했다. 겉모습과 덕을 한 줄로 세운 셈이다. 오늘의 눈으로 보면 순진하거나 위험하다. 게다가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소크라테스는 들창코에 퉁방울눈이었다. 그는 이 이상에 대한 살아 있는 반례였다. 플라톤이 『향연』에서 몸의 아름다움에서 영혼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아름다움 그 자체로 오르는 사다리를 놓은 것은 어쩌면 그 반례를 수습하려는 시도였다.

플라톤의 대화편 『대 히피아스』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묻다가 답을 찾지 못하고 끝난다. 마지막에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는 옛말을 이제야 알겠다고 털어놓는다(304e). 미학사의 첫 보고서가 실패 보고서라는 사실은 이 학문의 정직함을 보여 준다. 아니면 그 운명을 보여 준다.

비례와 조화: 피타고라스에서 폴뤼클레이토스까지

아름다움에 처음 숫자를 댄 것은 피타고라스학파다. 그들은 줄 길이의 비 2:1, 3:2, 4:3에서 어울리는 소리를 찾았고 세계를 하르모니아, 곧 서로 다른 것들의 짜맞춤으로 보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그 조화를 활과 리라처럼 반대로 당기는 힘의 긴장으로 읽었다. 귀에 좋은 것이 수의 비율이라면 눈에 좋은 것도 그럴 것이다.

조각가들이 이 추론을 받아들였다. 기원전 5세기 아르고스의 폴뤼클레이토스는 카논(규준)이라는 책을 쓰고 같은 원리로 조각상을 만들었다. 책은 사라지고 증언 몇 개만 남았다. 의사 갈레노스에 따르면 그 책은 손가락과 손가락, 손가락과 손바닥, 손바닥과 팔목의 비례를 차례로 정해 몸 전체의 쉼메트리아를 세웠다. 기술자 필론은 폴뤼클레이토스가 훌륭함은 많은 수를 거쳐 아주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말했다고 전한다(DK 40B2). 대 플리니우스는 그가 창을 든 사람, 곧 도뤼포로스를 만들었다고 기록했고 학자들은 대개 이 조각을 카논의 구현으로 본다.

폴뤼클레이토스의 도뤼포로스를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옮긴 복제본, 창을 들었던 젊은 남성 입상
폴뤼클레이토스 〈도뤼포로스(창을 든 사람)〉의 로마 시대 대리석 복제본. 원작 청동상은 기원전 440년 무렵으로 추정된다.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싣고 다른 쪽을 푼 자세(콘트라포스토)가 몸 전체의 균형을 만든다. 폼페이 출토,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inv. 6011). 사진 Marie-Lan Nguyen, CC BY 2.5, 위키미디어 공용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생각을 정식으로 적었다. 『형이상학』 13권 3장(1078a36–b1)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주된 형식은 질서와 비례와 한정됨이고 수학이 그것을 보여 준다. 『시학』 7장(1450b34–1451a6)에서는 생물이든 이야기든 아름다우려면 부분들이 질서 있게 놓이고 알맞은 크기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너무 작으면 보이지 않고 너무 크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폴란드의 미학사가 타타르키에비치는 아름다움을 부분들의 비례로 보는 이 견해를 대이론(Great Theory)이라 불렀다. 그에 따르면 이 견해는 고대에서 18세기까지 2천 년 넘게 유럽의 상식이었다.

미메시스: 예술은 무엇을 모방하는가

아름다움의 이론과 나란히 예술의 이론이 자랐다. 그 중심 낱말이 미메시스(mimēsis), 곧 모방 또는 재현이다. 그림은 사물을 모방하고 비극은 사람의 행동을 모방한다. 이 낱말이 처음에는 춤과 노래로 무엇을 흉내 내는 일을 가리켰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플라톤은 이 개념을 칼처럼 썼다. 『국가』 10권에 따르면 화가의 침대는 목수의 침대를 베낀 것이고 목수의 침대는 침대의 이데아를 본뜬 것이니, 그림은 진리에서 세 단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시인은 이상 국가에서 정중하게 배웅된다. 그런데 같은 플라톤이 『이온』에서는 시인이 기술이 아니라 신들림으로 노래한다고 말한다. 모방과 영감, 이 두 갈래가 고대 예술론의 밑그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낱말로 정반대에 가까운 결론을 낸다. 『시학』 4장에 따르면 사람은 어려서부터 모방으로 배우고 모방된 것을 보며 즐거워한다. 시체나 징그러운 짐승도 정확히 그려 놓으면 보는 재미가 있다. 모방은 진리에서 멀어지는 길이 아니라 앎에 이르는 길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다음 두 편에서 자세히 본다.

테크네: 고대에는 예술이 없었는가

오늘 우리가 예술이라 부르는 것을 그리스인은 테크네(technē)라 불렀다. 그런데 테크네에는 조각과 시만 들어 있지 않았다. 의술도 배 만들기도 말 다루기도 수사학도 테크네였다. 규칙을 알고 그에 따라 무엇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면 모두 테크네다. 라틴어 아르스도 같았다.

거꾸로 오늘 한 묶음인 것들은 그때 흩어져 있었다. 아홉 무사 여신은 서사시와 서정시, 비극과 희극, 춤과 찬가, 그리고 역사와 천문학을 맡았다. 그림과 조각을 맡은 여신은 없었다. 화가와 조각가는 손으로 일하는 장인이었다.

일반적 해석은 르네상스 철학 연구자 크리스텔러의 논문(1951~1952)을 따른다. 그에 따르면 회화·조각·건축·음악·시를 순수예술이라는 한 체계로 묶는 일은 18세기에야 굳어졌고 고대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다른 해석도 있다. 고전학자 포터는 고대인이 이름은 없었어도 시와 음악과 조형을 감각의 경험과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사유했다고 반박했다. 고양이라는 낱말을 모르는 아이도 고양이는 쓰다듬는다. 다만 무엇을 쓰다듬는지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헬레니즘과 로마: 스토아, 호라티우스, 롱기노스

스토아학파는 대이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키케로가 전하는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몸의 아름다움은 지체들의 알맞은 배치에 빛깔의 부드러움이 더해진 것이다(『투스쿨룸 대화』 4.31). 비례에 빛깔이 붙었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시학』에서 시는 그림과 같다는 구절을 남겼고(361행) 유익함과 즐거움을 함께 섞는 시인이 모든 표를 얻는다고 했다(343행). 이 두 구절은 르네상스와 근대 예술론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기원후 1세기 무렵 롱기노스의 이름으로 전하는 『숭고에 관하여』는 다른 문을 열었다. 저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에 따르면 숭고(휩소스)는 듣는 사람을 설득하지 않고 사로잡으며 위대한 정신의 메아리다(9.2). 비례가 아름다움의 문법이라면 숭고는 문법을 깨뜨리는 힘이다. 이 책은 17세기 부알로의 프랑스어 번역으로 다시 읽히며 버크와 칸트의 숭고론으로 이어진다.

비례 너머로: 플로티노스로 가는 다리

대이론에 처음 정면으로 반론을 낸 사람은 3세기의 플로티노스다. 『엔네아데스』 1권 6장에서 그는 묻는다. 아름다움이 부분들의 비례라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빛깔과 햇빛과 금과 번개, 홀로 울리는 음 하나는 아름답다. 다른 곳(6권 7장)에서는 살아 있는 얼굴이 죽은 얼굴보다 아름답다고 덧붙인다. 비례는 그대로인데도 그렇다. 그러니 아름다움은 비례 너머의 무엇, 곧 형상과 그 형상을 비추는 근원에서 온다는 것이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는 넷째 편에서 본다.

지금까지 나온 낱말을 한 표로 모으면 이렇다.

낱말 뜻 대표 인물
칼론 아름다움이자 좋음 플라톤
하르모니아 다른 것들의 짜맞춤 피타고라스학파
쉼메트리아 부분들의 알맞은 비례 폴뤼클레이토스
미메시스 모방, 재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테크네 규칙에 따른 제작 능력 아리스토텔레스
휩소스 영혼을 끌어올리는 숭고 롱기노스

고대 미학은 아름다움을 수로 재려는 고집과 수로 잡히지 않는 무엇에 대한 예감 사이를 오갔다. 앞의 것은 신전과 조각을 남겼고 뒤의 것은 신비주의와 숭고론을 남겼다. 둘 사이에서 가장 날카롭게 물음을 던진 사람은 시인을 국가에서 내보내면서도 누구보다 시처럼 글을 쓴 철학자였다. 다음 편은 플라톤의 예술 이해다.

필로렌즈의 시선: 비례로 잴 수 없는 떨림

대이론은 2천 년 넘게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부분과 부분의 비율은 배울 수 있고 되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 앞에서 실제로 마음이 떨릴 때, 우리는 비율을 세고 있지 않다. 홀로 울리는 음 하나, 한 가지 빛깔, 햇빛처럼 나눌 부분이 없는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오래 멈춰 세운다.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는 소크라테스의 고백은 실패 보고서이기 전에, 이 떨림이 설명보다 먼저 온다는 증언으로 읽힌다.

플로티노스의 예 가운데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살아 있는 얼굴이 죽은 얼굴보다 아름답다는 관찰이다. 비례는 그대로인데 무엇이 사라졌는가. 그 물음에 답하려면 아름다움이 모양이 아니라 모양에 깃든 무엇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얼굴을 떠올릴 때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도 이목구비의 치수가 아니다. 미학이 감성의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래서 뜻이 깊다. 아름다움 앞에서 떨리는 것이 눈이 아니라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거기서 무엇을 알아보는 것일까.

미학사 읽기 · ① 서양 고대미학의 흐름 · ② 플라톤의 예술이해 · ③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 ④ 플로티누스의 미 개념 · 다음 편: 플라톤의 예술이해 · 전체 목차

자주 묻는 질문

고대 그리스에도 미학이 있었나요?

미학이라는 학문 이름은 18세기 바움가르텐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시와 그림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 사유는 피타고라스학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에게 이미 있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를 고대 미학이라 부른다.

칼로카가티아란 무엇인가요?

그리스어 칼로스 카가토스, 곧 아름답고 좋은 사람에서 나온 말로 겉모습의 아름다움과 덕의 훌륭함을 함께 갖춘 이상을 가리킨다. 칼론이라는 낱말 자체가 아름다움과 도덕적 훌륭함을 함께 뜻했기에 가능한 이상이었다.

아름다움의 대이론이란 무엇인가요?

미학사가 타타르키에비치가 붙인 이름으로, 아름다움이 부분들의 비례와 배치에 있다는 견해다. 피타고라스학파와 폴뤼클레이토스,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를 거쳐 18세기까지 유럽의 주류 이론이었고, 플로티노스가 처음 정면으로 반론을 냈다.

함께 읽을 책

  • 『미학대계 제1권: 미학의 역사』, 미학대계간행회 엮음(서울대학교출판부): 이 연재가 따라가는 목차의 원본. 서양 고대에서 한국·중국·일본의 미의식까지 한 권에 담았다.
  • 『미학사 1: 고대 미학』, 브와디스와프 타타르키에비치: 고대의 미 개념과 예술 이론을 원전 발췌와 함께 정리한 고전적 미학사.
  •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미메시스와 비극의 이론을 직접 읽을 수 있는 짧은 책. 셋째 편을 읽기 전에 펼쳐 두면 좋다.

참고문헌

  • 권혁성, 「서양 고대미학의 주요 흐름들에 대한 소고」, 『미학대계 1: 미학의 역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 미학대계간행회 엮음, 『미학대계 제1권: 미학의 역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 Plato, Hippias Major 304e; Ion 533d–534e; Symposium 210a–212a; Republic X, 595a–598d.
  • Aristotle, Metaphysics XIII.3, 1078a31–b6; Poetics 4, 1448b4–19; 7, 1450b34–1451a6.
  • Galen, De placitis Hippocratis et Platonis V.3.15–16; Philo Mechanicus, Belopoeica 50.5 (DK 40B2); Pliny the Elder, Naturalis Historia 34.55.
  • Cicero, Tusculanae Disputationes 4.31; Horace, Ars Poetica 343, 361; [Longinus], Peri hypsous 9.2.
  • Plotinus, Enneads I.6.1; VI.7.22.
  • Paul Oskar Kristeller, “The Modern System of the Arts,”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12 (1951), 13 (1952).
  • James I. Porter, “Is Art Modern? Kristeller’s ‘Modern System of the Arts’ Reconsidered,” British Journal of Aesthetics 49 (2009).
  • Władysław Tatarkiewicz, “The Great Theory of Beauty and Its Decline,” Journal of Aesthetics and Art Criticism 31 (1972).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Beauty”

필로렌즈 편집자
일상에 깃든 존재를, 조금 더 존재답게. 철학의 렌즈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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