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사 읽기 ② 시인 추방론과 아름다움의 사다리
서양에서 플라톤의 예술 이야기만큼 자주 오해되는 주제도 드물다. 흔히 그는 시인을 나라 밖으로 쫓아낸 철학자로 기억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같은 사람이 아름다움을 사랑의 끝에 놓고 신이 내린 광기를 노래했다. 한 문장으로 답하면, 플라톤은 예술을 의심했지만 아름다움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사랑했다.
서양 고대미학의 흐름에서 큰 지도를 그렸으니, 이제 그 지도의 첫 번째 큰 산으로 올라갈 차례다. 『미학대계 1: 미학의 역사』는 고대를 네 편의 글로 여는데, 둘째 글의 제목이 플라톤의 예술이해다. 이 글은 그 제목을 따라 대화편 다섯 곳을 차례로 읽는다.
세 줄 요약
- 플라톤에게 시는 무엇보다 교육의 문제였다.
- 화가와 시인은 진리에서 세 단계 떨어져 있다.
- 아름다움 자체는 사랑의 사다리 끝에 있다.
『국가』 2~3권: 시를 검열하는 이유
먼저 낱말 하나를 치워야 한다. 그리스어에는 오늘날의 예술(fine art)에 꼭 맞는 말이 없었다. 기술을 뜻하는 테크네는 조각과 시뿐 아니라 의술과 구두 만들기도 함께 가리켰다. 회화와 음악과 시를 한 묶음으로 보고 예술이라 부르는 습관은 18세기에야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플라톤에게 예술관을 묻는 것은, 그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그의 입에 넣는 일에 가깝다. 그가 실제로 물은 것은 시가 젊은이를 어떻게 만드는가였다.
당시 아테네에서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는 오늘의 교과서와 경전을 합친 자리에 있었다. 아이들은 시를 외우며 신과 영웅을 배웠다. 『국가』 2~3권(377b~398b)에서 소크라테스는 나라를 지킬 수호자들의 교육을 설계하며 이 교과서부터 고친다. 신들이 서로 싸우거나 악을 행하거나 모습을 바꾸어 사람을 속이는 이야기는 빼야 한다. 신은 선하므로 악의 원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영웅이 죽음을 두려워하며 우는 장면도 용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빠진다.
형식도 문제가 된다. 플라톤은 시인이 사건을 자기 목소리로 들려주는 서술과, 인물이 되어 그 사람처럼 말하는 흉내를 나눈다(392d~394c). 그리스어로 흉내가 미메시스(mimesis)다. 흉내는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된다. 그러니 수호자는 훌륭한 사람만 흉내 내야 한다. 음악에서도 용기와 절제를 북돋는 도리스 선법과 프리기아 선법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보낸다(398e~399c). 소리의 비율이 영혼을 빚는다는 생각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조화론에서 물려받은 것이다.
침대 세 개: 『국가』 10권의 미메시스 비판
10권에서 비판은 교육에서 존재로 옮겨 간다. 플라톤은 침대 셋을 늘어놓는다(596b~598b). 첫째는 신이 만든 침대 자체, 곧 이데아다. 둘째는 목수가 그 이데아를 보고 만든 침대다. 셋째는 화가가 목수의 침대를 보고 그린 침대다. 화가는 침대의 참모습이 아니라 한 방향에서 보인 겉모습을 베낀다. 그래서 그는 진리에서 세 번째 자리에 있다(597e).
| 침대 | 만든 이 | 진리와의 거리 |
|---|---|---|
| 침대 자체 | 신(이데아) | 진리 그 자체 |
| 쓰는 침대 | 목수 | 이데아의 모상 |
| 그린 침대 | 화가 | 모상의 모상 |
시인도 같다. 호메로스는 전쟁과 통치와 교육을 노래했지만 나라를 다스린 적도, 전쟁에서 이긴 적도 없다(599c~600e). 그는 아는 것처럼 보이게 말하는 데 능할 뿐이다. 더 나쁜 것은 시가 영혼의 이성이 아닌 부분, 곧 슬픔과 웃음과 욕망을 키운다는 점이다(605b~606d). 무대 위 영웅의 통곡에 함께 우는 관객은 자기 삶에서 그런 통곡을 부끄러워하는 법을 잊는다.

이 비판 밑에는 파르메니데스가 그어 놓은 선이 있다. 참으로 있는 것은 변하지 않고 감각에 보이는 것은 흔들린다. 플라톤은 그 선 위에 이데아를 세웠고, 화가와 시인을 선의 아래쪽 맨 끝에 앉혔다. 거울을 들고 돌아다니면 해와 땅과 자기 자신까지 금세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의 농담(596d~e)은 화가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시인 추방론과 열어 둔 문
결론은 유명하다. 이상 국가에는 신들을 찬양하는 노래와 훌륭한 사람을 기리는 노래만 받아들인다(607a). 플라톤은 이것이 철학과 시 사이의 오래된 싸움이라고 덧붙인다(607b). 여기까지만 읽으면 그는 예술의 적이다. 일반적 해석이 바로 이것이다. 플라톤은 예술을 진리와 도덕의 법정에 세운 최초의 검사였고, 이후 검열을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은 늘 그의 이름을 빌렸다.
그런데 그는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시가 운율로든 산문으로든 자기를 변론해서 나라와 삶에 이롭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기꺼이 다시 맞아들이겠다고 말한다(607c~608b). 그는 자신도 시의 매력에 끌린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마치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끊지 못하는 연인처럼 말이다.
다른 해석은 여기서 출발한다. 첫째, 플라톤 자신이 그리스 산문의 가장 뛰어난 작가였다. 대화편은 인물과 장면과 극적 반전을 갖춘 희곡이고, 『향연』은 철학책이기 전에 한 편의 연극이다. 젊은 시절 비극을 쓰다가 소크라테스를 만나 불태웠다는 전승도 있다. 둘째, 그가 겨눈 것은 예술 일반이 아니라 교육의 권위로서의 호메로스였다. 셋째, 시인을 추방하는 바로 그 『국가』가 에르의 신화라는 한 편의 이야기로 끝난다. 영국 작가 아이리스 머독은 이 모순에서 플라톤이 예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토록 두려워했다고 읽었다.
영감과 신적 광기: 『이온』과 『파이드로스』
플라톤이 시인을 낮춘 근거는 하나 더 있다. 시인은 기술로 쓰지 않는다. 짧은 대화편 『이온』(533d~536d)에서 소크라테스는 음유시인 이온에게 자석의 비유를 든다. 자석은 쇠고리를 끌어당기고 그 고리가 다시 다른 고리를 끌어당긴다. 무사 여신이 시인을, 시인이 음유시인을, 음유시인이 청중을 끌어당긴다. 시인은 제정신으로 아름다운 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사로잡혀서 짓는다. 이것이 영감(엔투시아스모스)이다. 칭찬처럼 들리지만, 자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이드로스』는 같은 생각에 다른 빛을 비춘다. 광기에는 병에서 오는 것과 신에게서 오는 것이 있고, 신적 광기는 넷이다(244a~245c, 265b).
| 광기 | 주는 신 | 하는 일 |
|---|---|---|
| 예언 | 아폴론 | 앞일을 내다본다 |
| 정화 의례 | 디오니소스 | 병과 재앙을 씻는다 |
| 시 | 무사 여신들 | 옛 업적을 노래해 가르친다 |
| 사랑 | 아프로디테·에로스 | 아름다움을 보고 날개를 얻는다 |
무사 여신의 광기 없이 기술만으로 시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실패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같은 대화편에서 영혼의 서열을 매길 때 시인과 모방가는 아홉 자리 가운데 여섯째에 놓인다(248d~e). 철학자가 첫째이고 참주가 꼴찌다. 플라톤의 시인은 신에게 사랑받지만 서열표에서는 중간보다 아래에 앉는다. 그 어정쩡한 자리가 그의 예술관 전체를 요약한다.
디오티마의 사다리와 순수한 즐거움
예술이 의심받는 동안 아름다움은 거꾸로 하늘까지 올라간다.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무녀 디오티마에게 들었다는 가르침을 전한다(210a~212a). 사랑은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에서 시작한다. 그다음 모든 몸에 깃든 아름다움을 보고, 몸보다 영혼의 아름다움을 귀하게 여기고, 법과 제도의 아름다움과 앎의 아름다움으로 오른다. 마침내 사랑하는 이는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어떤 각도에서도 추해지지 않는 아름다움 자체를 본다. 이것이 흔히 디오티마의 사다리라 불리는 대목이다.
여기서 플라톤 미학의 기묘한 대칭이 드러난다. 그는 예술을 거의 가장 큰 위험 곁에, 아름다움을 거의 가장 큰 선 곁에 둔다. 그리스어 칼론(kalon)이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함께 뜻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 대칭이 조금 덜 이상해진다. 아름다움은 눈의 문제이기 전에 좋음의 문제였다.
말년의 『필레보스』(51b~d)는 한 가지를 더 보탠다. 고통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즐거움의 예로, 그는 그림 속 생물이 아니라 곧은 선과 원, 그리고 선반과 자와 각도기로 만든 평면과 입체를 든다. 이런 것들은 무엇에 견주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한다. 맑고 고른 하나의 음과 순수한 색도 같다. 2천여 년 뒤 몬드리안의 직선을 본 플라톤이 무슨 말을 했을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침대 그림보다는 덜 화를 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물음은 이것이다. 모방이 정말로 영혼을 해치기만 하는가, 아니면 우리를 가르치고 정화하기도 하는가. 플라톤의 학원에서 스무 해를 보낸 제자가 바로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을 썼다. 다음 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다.
필로렌즈의 시선: 두려워하면서 사랑하는 것
플라톤의 예술론에서 가장 인간적인 대목은 논증이 아니라 고백이다. 그는 시가 해롭다고 판결하면서도,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 사랑을 끊지 못하는 연인처럼 시에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것을 하나쯤 품고 산다. 나를 흔들어 놓을 줄 알기에 멀리하고 싶지만, 바로 그 흔들림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 플라톤이 예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토록 두려워했다는 머독의 읽기는, 그래서 예술론을 넘어 마음의 지도처럼 읽힌다.
디오티마의 사다리는 그 두려움에 다른 길을 낸다. 사랑은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에서 시작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몸에서 영혼으로, 영혼에서 앎으로, 마침내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아름다움으로 오른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마음은 막아야 할 위험이 아니라 더 멀리 가라는 부름일지 모른다. 흉내는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된다는 경고와 이 부름은 같은 사실의 두 얼굴이다.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끝내 우리를 만든다면, 지금 내 마음을 끌고 있는 아름다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미학사 읽기 · ① 서양 고대미학의 흐름 · ② 플라톤의 예술이해 · ③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 ④ 플로티누스의 미 개념 · 다음 편: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 전체 목차
자주 묻는 질문
플라톤은 왜 시인을 추방하려 했나요?
『국가』 10권에 따르면 시는 진리에서 세 단계 떨어진 겉모습을 베끼고, 영혼의 이성이 아닌 부분인 슬픔과 욕망을 키우기 때문이다. 다만 신과 훌륭한 사람을 기리는 노래는 남겼고, 시가 자기를 변론해 이롭다는 것을 보이면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플라톤이 말한 미메시스란 무엇인가요?
본래는 시인이 인물이 되어 그 사람처럼 말하는 흉내를 뜻했다(『국가』 3권). 10권에서는 화가와 시인이 사물의 겉모습을 베끼는 일 전체로 넓어지며, 침대의 비유로 진리와의 거리가 설명된다.
디오티마의 사다리란 무엇인가요?
『향연』에서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에서 시작해 모든 몸, 영혼, 법과 제도, 앎을 거쳐 아름다움 자체에 이르는 사랑의 단계를 말한다. 플라톤에게 아름다움은 감각에서 출발해 영원한 것으로 오르게 하는 길이었다.
함께 읽을 책
- 『미학대계 1: 미학의 역사』, 미학대계간행회 엮음(서울대학교출판부): 이 연재가 따라가는 목차의 원본. 고대에서 동아시아까지 미학의 역사를 국내 연구자들이 나누어 썼다.
- 『국가』, 플라톤(박종현 역주, 서광사): 2~3권의 시가 교육과 10권의 미메시스 비판을 함께 읽어야 추방론의 맥락이 보인다.
- 『향연』, 플라톤(강철웅 옮김, 아카넷): 디오티마의 사다리가 나오는 대화편. 철학책이기 전에 한 편의 연극이다.
참고문헌
- 김남두, 「플라톤의 예술이해」, 『미학대계 1: 미학의 역사』, 미학대계간행회 엮음,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 Plato, Republic II–III, 376e–403c; VII, 514a–517a; X, 595a–608b, 614b–621d.
- Plato, Ion 533c–536d; Phaedrus 244a–245c, 248d–e, 265b; Symposium 210a–212a; Philebus 51b–d.
- Diogenes Laertius, Lives of Eminent Philosophers III.5.
- Paul Oskar Kristeller, “The Modern System of the Arts”,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12, 1951.
- Iris Murdoch, The Fire and the Sun: Why Plato Banished the Artists, Oxford, 1977.
- Stephen Halliwell, The Aesthetics of Mimesis, Princeton, 2002.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Plato’s Aesthetics”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Plato on Rhetoric and Poetry”
